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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 심즈 초이스/음악 이야기

N.E.X.T, 인형의 기사




햇살 속에서 눈부시게 웃던

그녀의 어린 모습을 전 아직 기억합니다.

그녀는 나의 작은 공주님이었지요.

지금도 전 그녀가 무척 보고 싶어요.

우리 어릴 적에 너는 내게 말했지

큰 두 눈에 눈물 고여

난 어두운 밤이 무서워 나의 인형도

울고 있어 난 누군가 필요해

나는 잠에서 깨어 졸린 눈을 비비며

너의 손을 꼭 잡고서

내가 너의 기사가 되어 너를 항상

지켜 줄 거야 큰소리로 말했지

(이제는) 너는 아름다운 여인

(이렇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해

(언제나) 그 말은 하지 못했지

오래 전부터 사랑해 왔다고

 

하얀 웨딩드레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오월의 신부여

어린 날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내게서 떠나네 행복하게 웃으며

(이제는) 너는 아름다운 여인

(이렇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해

(언제나) 그 말은 하지 못했지

오래 전부터 사랑해 왔다고

 

너 떠나가는 자동차 뒤에는

어릴 적 그 인형이 놓여 있었지

난 하지만 이제는 너의 기사가 될 수 없어

작별 인사를 할 땐 친구의 악수를 나눴지

오랜 시간 지나갔어도널 잊을 순 없을 거야






얼마전에 테오도르 슈토름의 소설 '호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소설 속의 두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라인하르트는 어린시절부터 친구처럼 자라

서로에게 마음을 품었다가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


이상하게 어린시절부터 이런 식의 서사에 한참 빠져있었다.

내게도 소꿉친구가 있었고, 한 번도 그 친구에게 연애감정을 품어본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이야기 속의 이런 서사에는 정신 못차리고 열광했다.


에릭시걸 '닥터스'의 로라 카스텔라노와 바니 리빙스턴이 그랬고

2007년 일드 '프로포즈대작전'의 요시다 레이와 이와세 켄이 그랬다.

그 말고도 수 많은 이야기 속의 남녀 주인공들이 

우정과 애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망설이는 서사를 담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내 심장을 죄어짜는듯한 서사는

바로 N.EX.T 1집에 수록된 '인형의 기사 part 2'였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던 92년 무렵에는

한 동안 자취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엎드려서

한참동안 이 노래만 반복해서 듣다가

하도 명치 끝이 아려와서 마음 추수리기가 참 어려웠더랬다.


요즈음 주로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의 노래들

이상우나 조덕배, 이문세나 015B의 노래들을 즐겨 듣다가 문득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 노래와 재회하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이야기를 짜내기 위한 억지 설정도 군데 군데 보인다.

굳이 결혼식날 허니문카 뒷좌석에 

왜 어린시절 갖고놀던 인형을 빤히 보이게 놔두고 출발한단 말인가?

슬픔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90년대 초반의 유치한 이런 장치들에도

왜 지금의 내 마음도 쉽게 움직이는겐지...

물론 뮤직비디오에서 신해철의 어색한 연기도 좀 거슬리긴 한다.


그래도 신해철이 나이들어 비디오를 통해 여인을 그리워하는 장면은 마치

나이든 라인하르트가 그의 민요집을 펼쳐보다가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조용히 되내이는

'호수'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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