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골 심동이>
자료조사 중 요즘 습작하는 글의 배경이 되는 청송에서 구전되는 설화 하나를 발견했다.
설화의 주인공 심동이는 옛날 청송군 파천면 지경리 호박골에 살던 머슴이었다.
이 호박골은 바로 내 글의 배경이 되는 청송 심부자의 본향인 바로 그 호박골이다.
이 호박골 심동이는 성질이 하도 괴팍해서
서른이 넘도록 장가도 못가고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단다.
자기 비위에 맞지 않으면 머슴 주제에 집을 뛰쳐나오기 일수였고
제 맘 내킬 때는 세경도 받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다가 또 수틀리면 아무 일도 안했단다.
어느날 주인댁에 놀러온 손님에게서
건넌마을 부자집에 열일곱난 무남독녀가 신랑감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됬다.
그 이야기를 들은 심동이는 즉석에서 꾀를 내어서
한 손님에게 부탁하여 그 댁에 가서 호박골 심동이가 착실한 총각이라 전하라 했고
또 다른 손님에게는 호박이가 고자라 결혼을 못한다고 전하라 부탁했다.
앞 손님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건넌마을 부자는 심동이란 총각에게 관심을 두었다가
뒷 손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절대 심동이에게 딸을 주지 않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심동이가 그 부자집에 쳐들어 가서는
왜 멀쩡한 자기를 고자라고 소문내어 장가도 못가게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제 자기는 소문 때문에 장가를 못 가게 되었으니 당신 딸이라도 달라고 때를 썼다.
결국 심동이가 부리는 강짜에 못이긴 건넌마을 부자는 제 딸을 심동이랑 결혼시켰단다.
결국 어거지로 열일곱 부자집 딸내미에게 장가간 서른 넘은 심동이는
오막살이 집도 없는 가난한 형편이었던지라
신부를 처가에 두고 머슴살이를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단다.
여름이 되어 사람들이 천렵을 하느라고 개를 잡았는데
심동이가 그 개 피를 옷에 묻혀서는 피투성이 꼴로 한밤중에 처가집으로 갔다.
피투성이 남편을 보고 깜짝 놀라는 아내더러
빨리 자기를 따라오지 않으면 큰일 난다며 손을 잡아 끌고는
몇 십리 밖에 떨어져 있는 친척집에 데려다 놓았다.
아내를 친척집에 가둬두고는 또 며칠을 태연하게 머슴살이를 계속하는 심동이었지만
갑자기 한밤중에 딸이 사라진 처가집은 온통 난리가 나 버렸다.
심동이는 아무 것도 모르는척 처가집으로 가서는
왜 아내가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자기가 머슴살이를 하니 사위를 업신여겨서 딸을 어디다 숨겨두고는
자기와 딸의 연을 끊게 만들려는 수작이라고 장인에게 강짜를 부려댔다.
결국 딸을 찾지 못한 장인은 대신 재산 절반을 떼어내어 심동이에게 주고는
다른 여자에게 새 장가를 들라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장인에게 땅 문서를 받아낸 심동이는
새 장가를 들겠다며 친척집에 두었던 아내를 데려왔다.
새 각시인줄 알고 보았더니 본래 자기 딸인 것을 안 장인 장모가
심동이의 꾀에 탄복하고는 용서하였고
이후 심동이도 정성껏 장인 장모에게 효를 다 했다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내려오던 전설 이야기다.
- <자료출처 : 청송군지(1990)>
조선시대 같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어찌 심동이 같은 재미난 인물이 나왔을까?
머슴 주제에 시켜서 하는 일은 절대 안하고 제 마음 내키는대로만 하는 인물인데다
집도 절도 없는 무일푼 노총각 주제에 꾀를 써서 부잣집 딸내미를 강탈해 아내로 맞이한다.
그러고는 부자 장인이 재산을 물려줄 생각을 않는다고
또 한 번 꾀를 내어서는 장인 재산 절반을 빼앗아내고야 마는 깡패같은 인물이다.
내가 본래 이야기를 조금 순화하여 각색하였으니 위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장인을 협박하고 강짜 부리는 장면들이 조금 억새고 강도스러운 면이 많긴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힘도 세고 꾀도 많은 인물이 바로 호박골 심동이였다.
어찌 이리 딱 맞을 수 있다던가?
내가 요즘 습작하는 소설 속 인물인 울목이에게 부여하고 픈 성격이 딱 이 심동이 녀석이다.
현대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머슴인 주제에 주체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놈.
늘 현실에 불만족 하고, 그래서 불평도 많고 투덜대기도 잘 하지만
힘도 세고 머리도 좋아 꾀도 많은 놈.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딱 호박골 심동이가 울목이 모습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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