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殘像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
- 장석남 시,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무엇이든 시간과 함께 잊히기 마련이지만
사람은 누구나 매일 무언가를 잊으며 산다지만
그래도 익숙하던 무엇이 사라진 자리는 늘 공허하다.
그저 죽은 꽃나무 하나에도 가슴 아래께가 시려오는데
오래된 것은 무엇이든 마음 한 조각 담기지 않은게 없는데
마음에서 떨구어져 버려지는 것들에 아파오지도 않는다면
비어서 허전한 마음 한 쪽이 더 섭섭해오리라.
잊어가고 잊혀가는 삶이라지만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사람이길 바라고
또 그 아무도 영원히 잊지 않길 바라는건
가슴에 여기저기 팬 빈자리 두고 살아가는 탓이겠지...
"여호와여 내가 고통 중에 있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내가 잊어버린 바 됨이 죽은 자를 마음에 두지 아니함 같고 깨진 그릇과 같으니이다."
- 시편 31:9-12
"오직 시온이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나를 버리시며 주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였거니와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나니 네 자녀들은 빨리 걸으며 너를 헐며 너를 황폐하게 하던 자들은 너를 떠나가리라."
- 이사야 49: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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