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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 시 한편의 시원함/추천시

우리가 눈발이라면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다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 살이 되자

- 안도현 시, <우리가 눈발이라면>








그래. 본래 사랑이 그런거다.

내 마음 바닥으로 내려 앉아도
지친 마음 소복이 덮어줄 수만 있다면
그대가 미처 모르고 지나친 첫눈이어도 좋다.

내 마음에 옹이처럼 굳은살이 박여도
아픈 상처 위에 딱지로 앉아줄 수만 있다면
그대 마음 위로 돋는 새 살은 아니어도 좋다.

내 마음 눈발되어 내리지 못하면
더이상 사랑할 이유도 내게 없다.

- 201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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