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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 시 한편의 시원함/추천시

상처는 스승이다



상처는 스승이다
절벽 위에 뿌리를 내려라
뿌리 있는 쪽으로 나무는 잎을 떨군다
잎은 썩어 뿌리의 끝에 닿는다
나의 뿌리는 나의 절벽이어니
보라
내가 뿌리를 내린 절벽 위에
노란 애기똥풀이 서로 마주앉아 웃으며
똥을 누고 있다
나도 그 옆에 가 똥을 누며 웃음을 나눈다
너의 뿌리가 되기 위하여
예수의 못자국은 보이지 않으나
오늘도 상처에서 흐른 피가
뿌리를 적신다

- 정호승 시, <상처는 스승이다>








오늘도 길거리에 오줄없이 흘리고 온 감정들 마다
딱지 앉은 상처가 덕지덕지 남았겠다.

그 상처에서 흘린 피가
나를 적시고 결국 너마저 적시고 나면
비로소 마음에 굳은살 박여
우리 서로에게 상처받지 않으리라.

그 날엔 우리 함께 마주 앉아 
손톱으로 조심조심 딱지를 긁어 내 볼까?


- 201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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