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치 시간마저 태워 버릴 듯
고단한 시 한 편을 구워낸다.
밤새 달구어져 발개진 가마 밑에
덩그라니 남아 있는 파편 조각
아뿔싸, 날카로운 모서리에 손을 베었다.
2.
낯선 감정에 토를 달았다.
하얗게 질린 종이 위에 거칠게 시를 토해내곤
창자 속 그리움마저 게워냈다.
애초에 사랑이란 낮선 얼굴
밤새 토해 낸 오물 속에서
낯선 감정이 오물거린다.
-----
십년도 더 된
이십대 초반 무렵에 무얼 안다고 끄적거렸던 연작시 한 편을
인터넷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십년도 더 지나 놓고도
파편화된 단어들만 오줄없이 흘리고 있는
꼭 오늘밤 같은 날이었나보다.
'음료 - 시 한편의 시원함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 한 잔 딱 그 만큼 (0) | 2013.04.01 |
---|---|
부재 (0) | 2013.02.28 |
글 헤는 밤 (0) | 2013.02.28 |
봉숭아물 (0) | 2012.11.22 |
키작은 나무 (0) | 2012.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