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다리는 편지
- 정 호 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 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이 시를 소개한 적이 있지만
오랫만에 정호승 시인의 시 <또 기다리는 편지>를
가슴에 담고 시작하는 하루입니다.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다는
시인의 감성을 아직은 따라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날 내게 주시는 그 분의 은혜를 기다리며
잠잠히 걸어가는 하루되었으면 싶습니다.
오늘 아침 가정예배에서 창세기 24장 말씀을 주셨습니다.
나이가 찬 아들 이삭의 아내를 맞이하기 위해 늙은 종을 보내는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의 여인이 아닌 고향 족속에게로 보냅니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요?
히브리인들이 종족적 순수성을 중요하게 여김을 알고는 있지만
소위 히브리인이라는 민족은 아브라함의 자손들로 이루어지는건데
그렇다면 아브라함이 굳이 가나안의 여인을 배격하고
고향이 메소포타미아인을 데려오려한 이유가 대체 뭘까요?
종족적 순혈주의였던건가요?
아니면 가나안의 세속적 문화에 대한 배격이었던걸까요?
창세기의 저작연대를 포로기 이후로 보는 관점에서는
이스라엘의 패망 원인을 우상숭배와 혼합주의로 보고 배격했던 거라고
그래서 창세기에 가나안인들 그들의 문화와의 혼합을
철저히 배격하는 내용 넣은거라고
신학교에선 그렇게 배웠던 기억도 나는데...
그것 만으론 시원하게 수긍이 되지 않는듯 합니다.
아침부터 괜실히 시 한 편, 질문 하나 품고서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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