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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 시 한편의 시원함/추천시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이 세상 그 어던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있으랴

 

- 도종환 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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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엔 늘 곧게 걸어야만 한다고 믿었다.그래서 내 곧지 못한 걸음걸이에 실망하고 비틀거리는 내 자신이 못마땅했다.어린 시절엔 어른이 되면 무거워질줄 알았다.대학시절 즐겨부르던 노래 '바위처럼'의 노랫말같이대지에 깊이 박혀서 흔들르지 않는 것이 어른인줄 알았다.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며여전히 흔들리며 젖어가며 사는 내 모습을 바라본다. 이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가벼움 철들지 못한 연약함에 낙망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냐는 시인의 싯말처럼 흔들리며 연약한 내 자신이기에 그런 나를 통해 꽃 피우실 주님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젖은 채로 살지만 나를 연약하게 지으신 그 분으로 인하여 빛난 꽃들은 모두 흔들리며 젖어가며 곧게 서 갔음을 인하여 감사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욕심과 열정 사이에서 늘 고민하게된다. 욕심부려서는 안될 것들에 욕심부리는 나를 볼 때마다 정작 혼과 힘을 다해 열정을 쏟아야할 것들에 무감각한 내 무덤덤한 감정의 게으름을 볼 때마다 중심을 잡고 산다는게 얼마나 어려운가 되새겨본다.

 

어릴적엔 나도 참 당당하고 무게있는 그런 삶을 살고팠는데 나름 점점 무거워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아무래도 내 삶의 무게는 아직 내 몸무게만 못한것 같고 내 사고의 무게는 더욱 가벼워서 깃털처럼 흩날릴것 같기만한데......

 

주님..

중심잡고 살아가게 하소서..

흔들리지 않고 부유하지 않고

무겁게 흐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