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게임 - 그런대로 빗겨맞은 수작
어릴 때부터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운동신경도 그닥 좋지 않은 덕에
나이들 때까지 스포츠 경기도 별로 즐길줄 몰랐다.
어릴 때 동기 간에 TV 채널 싸움 안해본 집이 없겠지만..
스포츠 중계를 보려는 누나와 드라마를 원하는 남동생이
리모컨을 들고 싸우던 우리 집 풍경도 평범하진 않았다.
그 덕에 축구를 빼고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들 즐긴다는
야구나 농구의 세세한 룰이나 선수 이름도 깜깜하지만
그래도 스포츠를 소재로한 이야기만큼은 참 좋아한다.
누구와 갈등하지 않아도, 누구와 사랑하다 헤어지지 않아도
그저 땀흘리며 뛰는 그 하나로 충분히 박진감이 살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드는 힘...
그래서 스포츠를 소재로한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
이게 또 우리나라에선 의외로 드물게 제작되는듯 싶었다.
그런데 근래 야구의 인기 덕분인가
2011년엔 야구 영화 몇 편이 내 아쉬움을 조금은 해갈해준다.
작년의 영화 '글러브'나 '투혼' 그리고
최근의 '퍼펙트 게임'까지...
청각장애인 야구팀인 성심학교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그래서 스포츠라기 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가까웠던 '글러브'나
그저 최루성 눈물로 감정을 지나치게 자극하려들어
끝까지 감상하는데 오히려 투혼이 필요하던 '투혼'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1987년 실제 해태와 롯데의 경기 실화를 바탕으로한
그저 경기 하나에 모든 걸 걸어버리는 선수들과
그 선수들의 경기에 울고웃는 팬덤을 그려낸
'퍼펙트게임'은 그런대로 수작이었다.
손가락이 찢어져도, 어깨가 망가져도
한 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건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그렸기에
작위적인 만화같은 가상 캐릭터 '포수' 박만수 이야기나
역시나였던 엔딩장면에서의 감동 강요 정도는
그럭저럭 참아줄 수 있었던게다.
단지 두 명의 에이스 투수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공 하나에 울고 웃는 팬들의 모습을 그려낸 것...
스포츠의 매력에 빠져드는 이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었다.
요즘.. 스포츠 자체를 다룬 이야기들보다도
이상하게 스포츠 팬덤 문화를 다룬 이야기에 더 흥미를 느끼는
내 흥미에 약간은 빗겨맞았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