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들 2012. 11. 22. 11:54




몇 해 전 충치가 너무 심해 밤마다 끙끙 앓은 적이 있다.

사람이 참 어리석고 미련한 덕에

그 고통 속에서도 꾹 참고 버텨보려다가 끝내 못 버티고

치과치료에 거금 몇 백을 쏟아부었더랬다.


근 반년 가까이 계속된 치료과정이었는데

매주 왕복 두시간씩 치과에 오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이전까지 치과하면 늘 나를 무섭게 하는 두 가지가 있었다.

바로 사랑니와 신경치료..


어려서부터 사랑니 뽑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거의 <전설의 고향>급으로 동네 형들에게 들어왔기에

신경치료에 대해서는 정말 큰 고통이라고 누누이 들었기에

늘 치과가는게 가장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다.


충치를 치료하기 위해 진료대에 누워 입을 벌리고 있는데

얼굴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고 입안을 들여다보는

친과의사 얼굴이 민망해서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 모를 신경치료를 기다리며

손잡이만 힘주어 꾹 잡고 있었다.


"아픈걸 못 참겠으면 손 들어서 알려주세요"

라는 선생님의 말씀에도 꼭 잡은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시작된 신경치료 그닥 아프지 않았다.

물론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전날까지 충치때문에 끙끙 앓았던 고통에 비하면

한 십분의 일도 안되는 그런 통증이었다.


더구나 충치치료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사랑니가 양쪽 위아래로 네 개가 다 있다는 이야기에

한 주에 두 개씩 두 주에 걸쳐 사랑니도 뽑았다.

사랑니가 잘 깨지지도 않고 버티는 바람에

의사가 몸무게를 거의 받쳐서 짖누르는데도

약간 얼얼한 턱 말고는 큰 고통이 없이 지나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람이 참 못나고 미련하다.

충치를 치료하는 그 고통이 두려워서

이가 썩어가는 더 큰 고통을 감내하고 살았더랬다.


생각하면 어디 충치 뿐일까?

어느샌가 내 안에 들어와서 내 삶을 썩게 만드는

죄의 쓴뿌리들도 안고 살 때가 있는 것을...


죄를 고백하고 뉘우치고 책임지는

그 부끄러움과 고통이 두려워서

끝내 끙끙거리며 끌어안고 있다가

더 많이 썩어들어가는 어리석음인 것을...


아직 젊고 가진 것 없는 지금도 이러한데

나중에 좀 더 책임있는 자리에서도 그럴 까봐서

그래서 하나님 나라를 돕기는 커녕

썩어들게 만드는 충치같은 존재가 될까봐서

그런 내 모습이 전모 목사같은 이와 다를게 뭐일까 싶어

늘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다.


"너희가 자랑하는 것이 옳지 아니하도다 적은 누룩이 온 덩어리에 퍼지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누룩 없는 자인데 새 덩어리가 되기 위하여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느니라 이러므로 우리가 명절을 지키되 묵은 누룩으로 말고 악하고 악의에 찬 누룩으로도 말고 누룩이 없이 오직 순전함과 진실함의 떡으로 하자" - 고전 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