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 이야기 한 조각

노래를 못하면 장가를 못가요

셈들 2014. 8. 25. 17:40





나는 노래를 못하는 음치다. 

아니 음치에 박치 그리고 몸치까지 골고루 갖추었다. 

전도사 시절 교회에서 찬양인도라도 할라치면 

자주 삑사리 나는 실력에 교인들에게 웃음을 주다가 

나중에는 은혜도 웃음도 아닌 걱정스런 눈빛만 받곤 했더랬다.


그래도 괜찮은 점 하나를 꼽아보자면 목소리는 그럭저럭 좋은 편이라서 

내 노래를 처음 듣는 이들은 내가 노래를 꽤 잘한다고 오해할 때도 있긴 하다.


아니다. 내 노래는 내가 듣기에도 굉장히 불편하다. 

나와 함께 노래방이라도 가 본 사람은 알거다. 그 처참함을.

대학시절, 이런 저런 모임에서 술자리라도 벌어지면 늘 난감하곤 했다.
말술을 퍼부으며 마시던 시절에도, 그리고 술을 끊은 이후에도
내게 술자리가 불편한 이유는 음주 보다는 가무 때문이었다.
술자리에 꼭 빠지지 않던 돌아가며 노래 시키는 시간 말이다.

워낙 노래를 못부르는지라 조금만 망설이며 쭈뼛거리고 있노라면
여지없이 들려오던 사람들의 합창소리..

"노래를 못하면 장가를 못가요. 아~ 미운 사람"

요즘도 가끔, 
내가 노래를 못해서 장가를 못간건가, 
그 시절 너무 자주 이런 저주를 받아서 못간건가
피식거리며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냥 술자리에서 퍼지던 구전가요로만 알던 이 노래가
무려 인기가수가 부른 기성곡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내보내는 이의 감성을 담은 눈물어린 노래가
노래 못하는 솔로의 마음을 후벼 파는 노래로 변했다니...-_-;;

노래는 연습하면 조금 나아진다고
교회 생활하고 성가대도 서 보고 하면서
그나마 아주 조금 매우 조금 나아진 것 같긴 한데
여전히 남들 앞에서 노래부르긴 자신이 없다.

노래와 목사라는 직업이 사실 연관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노래못하는 목사는 마치
못질에 서툰 목수인것만 같아서 마음 쓰릴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