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 심즈 초이스/음악 이야기

내 나이 마흔 살에는

셈들 2013. 2. 28. 00:52




스물아홉 서른 즈음에 시애틀에 있었다.
스물아홉의 마지막 날 십이월 삼십일일 늦은 저녁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는 자전거 핸들 양쪽에 잔뜩 짐을 매단 채로
I-5 고속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45번 스트릿 다리위를 건너다가 문득
멀리 유니언 호수 위로 저무는 석양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리고 비로소 깨닫고야 말았다.
내 이십대의 날들이 비로소 저물어가고 있음을..
그리고 누군가의 싯귀처럼 내 화려한 잔치도 이제 끝나가고 있음을..
이제 시작될 내 삼십대의 나날들은 
부디 아쉬움 한 조각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곁으로
저만치 삼십대의 시간이 무섭고 또 무겁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날이 지나고
다시 삼십대의 날들을 훌쩍 여러 해를 보내고 나니
여전히 제 나이만큼도 자라지 못한 내 사람됨의 키를 재보게 된다.
나이만 먹어가지 여전히 이십대의 날들에서 한 치도 자라지 못했다.
남들 다 어른이 되어버렸는데 나만 홀로 시간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은 것 처럼
남들 다 앞으로 걸어갈 때 나만 혼자 뒷걸음질 친 것 처럼..

스무살 즈음의 꿈도, 열정도 그리고 사랑까지도
지나온 길 어디 즈음에 그만 흘리고 온 듯해서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뒷걸음질 하는 것 처럼...

그래서 더욱 무섭다.
삼십대의 날들이 저물고 다시 사십이 되었을 때
그때 또다시 지나온 시간들에 두고온 무언가를 그리워할까봐
여전히 자라지 못한 내 사람됨의 키를 또다시 재보게 될까봐

그러니 부디
오늘 또 이렇게 흘러간 내 삼십대의 하루가
훗날 아쉬움으로 남지 않기를
적어도 무언가를 흘리고 지나온 시간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다시 한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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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마흔 살에는 

- 양희은 노래

봄이 지나도 다시봄 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 난 바랬지 어린날엔

나이 열아홉 그 봄에 세상은 내게 두려움
흔들리 때면 손잡아 줄 그 누군가 있었으면

서른이 되고 싶었지 정말 날개달고 날고 싶어
이 힘겨운 하루 하루를 어떻게 이겨나갈까
무섭기만 했었지

가을 지나면 어느새 겨울 지나고 다시 가을
날아만 가는 세월이 야속해 붙잡고 싶었지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다시 서른이 된다면 정말 날개달고 날고싶어
그 빛나는 젊음은 다시 올 수가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네

우린 언제나 모든걸 떠난 뒤에야 아는걸까
세월의 강위로 띄워보낸

내 슬픈 사랑의 내 작은 종이배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