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들 2013. 2. 28. 00:11

"글은 어떤 식으로 쓰나요?"

이런 질문을 수 없이 받아 왔지만 아직 스스로도 그 답을 모른다. 내 자신 아직 전문적인 프로 글쟁이도 못될 뿐더러 무언가 계획적으로, 체계적으로 글쓰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나도 아직 제대로 글을 쓸 줄 모르는데 누구에게 답을 주겠는가? 


글쓰기를 좋아해서 평생 글과 가까이 지내기 소원하고 또 어쩔 수 없이 목사라는 직업의 굴레상 설교라는 글쓰기와 땔래야 땔 수 없는 작업을 평생 손에 쥐고 살아야 하니 내 스스로도 글 잘 쓰는 비법 좀 알았으면 싶을 때가 많다. 그래도 나같은 얼치기에게라도 도움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있어 가끔 어쩔 수 없이 조잡한 조언이라도 건내야 할 때면 늘 글의 갈래를 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글의 갈래를 구분 짓는 법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글을 쓸 때는 스스로 두 가지의 갈래로 나누는 편이다.

이야기가 흐르는 글인가 아니면 논리가 흐르는 글인가?

이 두 갈래를 명확히 해두어야 체계적인 글쓰기가 가능한 법이다. 전자는 미리 시놉시스를 탄탄히 세워둬야 제대로 글을 쓸 수 있고 후자는 미리 논리전개를 탄탄히 세워둬야 논지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렇다. 내 생각에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얼개'이다. 이 얼개를 어떻게 짜두느냐에 따라 글의 모양새는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나름 이 얼개짜기의 훈련을 탄탄히 받긴 했다. 신문사설같은 글의 단락나누기와 단락별 주제잡기는 매일 하는 놀이였고 단편 소설 혹은 가끔 장편 소설을 읽고 나면 수첩에 여러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를 도식화해서 그려보기도 하고 그 도식에 따라 뒤이어지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상상해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래 얼개 짜는 일에 익숙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다른데 있었다. 나처럼 감각적이긴 하지만 무척이나 게으른 성향의 사람에겐 하나 하나 글을 쓸 때마다 얼개를 짜놓고 도식화된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인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어갈 때에도 시놉시스를 만드는데 까지는 흥분해서 이런저런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들을 만들어 짜두었다가는 그 미리 짜둔 얼개대로 글쓰는게 지겨워서 포기한게 수십번이다. 논리적인 글을 쓸때도 얼개 없이 쓰는 글일수록 쉽게 논리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미리 개요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이지 귀찮은 일일 뿐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나의 글쓰기는 이런 체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사실 작가의 머리가 아닌 펜이 글을 쓴다는 신화를 믿는 부류이다. 요즈음의 방식대로 말한다면 머리가 아니라 키보드가 글을 쓴다고 본다. 글을 써야 할 때는 늘 머리 속에 단 하나의 키워드를 붙잡고 산다. 그 키워드를 붙잡고 고민하는건 다름 아닌 글의 첫 문장,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느냐를 두고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한다. 그러다 문득 머리 속에 섬광처럼 한 문장이 떠오르곤 하는데 워드 프로세서 화면에 그 한 문장을 적어두고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보통 그 한 문장이 시작되어야만 그 뒷문장이 바로바로 이어진다. 글을 쓰다가 수시로 다시 처음부터 글을 되 읽어보기도 하면서 첫 문장의 앞에 다른 문장을 넣기도 하곤 해서 결국 처음 그 한 문장이 글의 첫문장을 남지 않을 때도 많지만 늘 한 문장이 시작하고 나면 저절로 키보드가 나머지 글을 써주는 식이다.

여기에 굳이 내가 사용하는 방식 한 가지를 첨언하자면 예전에 시를 쓰던 습관 덕분에 늘 내가 쓴 글을 소리내어 다시 읽어보는 일을 빼놓지 않는다. 시는 아무래도 글이면서 동시에 노래의 울림을 갖고 있기에 'ㄹ'나 'ㅇ'의 반복 같은 것들에 따라 글의 울림이 전혀 달라진다. 그래서 늘 소리내어 읽어보고 비교적 수월하게 발음되는 단어나 토씨를 골라 사용하는 식이다.

또 하나 각 문장의 시작과 끝을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래서" "그러나" "그런데" 같은 접속어를 각 문장의 시작에서 어떻게 배치하느냐와 "~이다." "~한다." 같은 종결어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문장의 분위기는 더 딱딱해질 수도 더 부드러워질 수도 있다. 이는 앞서 말한 "소리내어 읽기'와도 연결되는데 종결어미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 "소리내어 읽기"의 분위기도 덩달아 달라지는 법이다.

이런 내 특유의 글쓰기는 글이 물 흘러가듯 매끄럽게 흘러간다는 장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한편 쉬이 논리를 흩트리거나 용두사미로 끝나기도 쉬운 편이다. 화려하고 긴 문장으로 서문을 시작해 놓고는 그 비중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끝맺음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이다. 그 덕에 요즘 내 가장 큰 고민은 글의 끝맺음에 있다. 글을 어떻게 시작하느냐 만큼 어떻게 끝맺느냐도 중요하다. 효과적으로 독자의 집중을 모으고 흩트리는 일들이 글의 끝맺음에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는 설교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설교의 주제를 아무리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할지라도 끝맺음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설교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나는 글 쓰기를 즐겨하고 많이 쓰는 편이다.그래서 가끔은 글 잘 쓴다는 오해도 더러 받기도 하고
그래서 글 쓰는 법을 알려달란 과분한 질문도 받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 다시 읽어도 내 글이 그리 잘 쓰는 글이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누구에게 감히 조언을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팁을 정리하자면 다음 7가지 정도가 될듯하다.

1. 글의 갈래(목적)를 분명히 하라.
2. 글의 얼개(개요)를 미리 세워두라.
3. 글의 키워드(단어 혹은 문장)을 붙들어라.
4. 글이 글을 쓰게 하라. ( 첫 문장을 쓰면 자연스레 이어진다.)
5. 가끔 소리내어 읽어보며 발음하기 편한 단어와 문장을 고르라.
6. 접속어와 종결어미의 배치에 신경쓰라.
7. 글의 끝맺음에 신경쓰라.



이는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또 스스로도 잘 지킨다 장담하지 못하는 나만의 글쓰기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