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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 이야기 한 조각

그리움에 관하여



    


    전철역에서 집까지 걸음을 옮기면 보통 20분 정도가 걸린다. 가장 빠른 길로 가려면 화려한 번화가를 지나 걸어야 하는데 워낙 시끄러운걸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요즈음은 조금 돌아가더라도 조용한 골목길을 택할 때가 많다. 골목길을 걸어 집으로 향하노라면 문득 문득 어릴적 친구들과 뛰놀던 골목길 어귀가 떠올라서 그리움에 한참을 서성거릴 때도 있다.

    내가 그리워하는게 꼭 일고여덟살 무렵 좁은 골목길을 함께 뛰어다니던 꼬맹이 친구들 만은 아니다. 벌써 오래전 연락이 끊긴 동창 녀석들과, 이제 연애감정이라곤 전혀 남아있지 않은, 그저 오래 보지 못한 궁금함에 더 그리운 오래전 짝사랑한 그녀와, 제각각의 직장과 가정으로 바쁘고 정신없는 삼십대를 살아내느라 일년에 두어번 얼굴 보기도 힘든 사랑하는 벗들이, 어느 마을 어느 골목 어귀에서라도 '함께' 할수 있으면 싶은게다.

    마음을 주고 받은 사람끼리는 언제 보아도 반가운 법이다. 얼마만큼의 거리로 떨어져 지내든지, 또 얼마만큼의 세월이 그 부재의 흔적마저 지워버렸든지, 마음의 파편을 나누어 가진 사람은 그립고 보고 싶은 법이다. 설레이게 사랑했던 사람도, 서운함에 미워했던 사람도, 내가 상처주고 혹은 내게 상처주었던 사람들도 모두 이제는 그저 마음을 건네 주었던 그리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제와 새삼 연애니 사랑이니 우정이니 미움이니 하는 말들로 나누기 뭣한, 별로 아름다울 것도 무거울 것도 또 절절할 것도 없는 그저 그 만큼의 무게와 모양으로 나누어가진 마음일 뿐이다. 다만 오늘도 또 누군가를 새로 만나 마음 한 자락 건네주고 나면 딱 그만큼만 다시 그리워할 마음일 뿐이다.

    "내가 밤에 침상에서 마음으로 사랑하는 자를 찾았노라 찾아도 찾아내지 못하였노라 이에 내가 일어나서 성 안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사랑하는 자를 거리에서나 큰 길에서나 찾으리라 하고 찾으나 만나지 못하였노라" 

                                                                                                                                                          - 아가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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